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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6-24 09:00
부부보다 먼, 동거보단 가까운 '결혼 인턴'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657  

부부보다 먼, 동거보단 가까운 '결혼 인턴'

CBS 노컷뉴스 이슈대응팀     2022-06-24 05:50


핵심요약

등장한 지 5년…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결혼인턴제
'인턴'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
더 나은 동거 문화 위해 '제도적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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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5년 차인 김재현(가명)씨 커플이 손을 맞잡고 축하를 나누는 모습.

 

 

동거 5년차. 집 안에서 김재현(25·가명)씨 커플은 행복하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김 씨와 여자친구는 주변 시선과 싸우는 중이다.
부모님은 아들이 동거 중이란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아직 '동거'라는 단어에 부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씨의 부모님뿐만 아니다. 동거하는 커플은 늘었지만, 어른들의 색안경은 여전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인식. 2020년도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조사 결과 '동거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27.2%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19년도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가족 다양성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응답자 10명 중 6명(63.4%)은 '법적 결혼 이외의 동거 같은 혼인 형태에 대해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이중적인 태도다. 응답자의 반 이상(54.8%)은 '비혼 동거 가족의 자녀를 본인이나 자식 결혼 상대로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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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되지만 내 가족은 안 된다는 이중적인 '내로남불'의 잣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란 연구위원은 조사에서 "한국 사회엔 정상적 형태의 가족과 맺어져야 한다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프레임이 존재하는데 아직 비혼·미혼 가족은 정상 가족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존재하는 걸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 거니까 1년간 인턴 기간을 갖자"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주인공 변혜영은 '결혼인턴제'를 꺼내들었다. 그녀는 드라마에서 "결혼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 거니까 1년 인턴 기간을 갖자"면서 결혼을 재촉하는 남자친구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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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혼전계약서 사진

 

결혼인턴제는 동거와 유사한 개념으로 혼인신고 전 규칙을 정해놓고 일정 기간을 살아보는 것이다. 합의한 인턴 기간 서로 같이 살며 결혼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동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결혼 사실을 공표해, 혼전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혼전 계약서란 혼인 전, 결혼생활 동안의 규칙을 규정하는 계약사항을 기재한 문서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벌점 또는 페널티를 부과한다. 최종 점수에 따라 결혼생활을 지속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것이 바로 결혼인턴제다.  
결혼인턴제는 2017년부터 수면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자리 잡지 못했고 인지도 역시 낮다. 온라인에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213명 중 201명(94.4%)은 '결혼인턴제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동거와 차이점을 알고 있는 사람은 5명(2.3%)으로 사실상 거의 없었다.

문제점은 낮은 인지도뿐만이 아니다?

문서를 남기지만 신혼부부 대출, 법적 관계 인정 등 결혼에서 얻는 혜택은 없다. 사실상 동거와 차이가 없는 것이다.
2021년 결혼한 신혼부부 이지연(29·가명) 씨는 결혼인턴제에 대해 "동거와 결혼 사이의 애매한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매력을 느낄 만한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어가 주는 어감이 딱딱하기도 하고, 어차피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면 결혼하고 나서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변에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혼인턴제에 대한 그의 평가다.
5년째 동거 중인 김재현씨는 "결혼인턴제라는 단어가 너무 애매하다. 서로 좋아해서 동거하는 건데 뭔가 서로 이익을 재면서 만나는 느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인턴제보다는 동거를 선택할 것"이라며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또 있다. 결혼 인턴을 시작할 때 작성한 '혼전 계약서'가 법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생활비 분담 및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참고할 수 있을 정도의 효력뿐,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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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결혼사진

 

 

전문가가 바라본 결혼인턴제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는 결혼인턴제에 대해 "결혼에 상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 결혼 전 적응의 중요성을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진 교수는 "동거라는 용어에 남아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면서 동거와 비슷한 파트너십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턴이라는 용어가 사업장, 기업, 병원 등에서 사용해 온 용어라는 점에서 결혼을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접근에는 동의하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혼 인턴의 내용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용어 자체는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인턴제'는 일종의 제도를 의미하는데 결혼 인턴이 사적 경험을 추구하는 취지에 잘 맞지 않는 표현이라는 것이 진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도 손꼽았다. 진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동거는 비공식적 특성이 강하고 동거를 선택한 사람들도 이 관계를 비공식 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바라보았다. 이어 ''결혼인턴제는 이 과정을 공식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현재 우리 사회의 정서나 동거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요구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거가족을 제도로 먼저 인정하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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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족 지원 정책의 근거는 건강가정기본법이다. 해당 법에서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즉, 혼인하지 않은 가족은 법적 제도의 테두리 밖이다.
법적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인턴제는 동거인들이 겪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해소해줄 수 없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명목상 결혼인턴제를 실행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는, '속 빈 강정'인 셈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동거가족을 위한 실질적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나라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 연대계약(PACS)'을 도입해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했다. 이 제도는 두 성인 간 동거 관계에 계약을 통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다.
독일도 2001년 '생활동반자법'을 마련하여 혼인과 유사한 공동체를 법규화했다. 독일은 동반자 관계 커플에게도 가족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보장했다.
그 밖에도 영국의 '시빌 파트너십(civil partnership)',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파트너십 증명제도', 네덜란드의 '동반자 등록법(National Registered Partnership)' 등 해외에는 동거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결혼인턴제가 사회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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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성가족부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여성가족부 제공 

 

 

2021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의 결과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확장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64.6%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하지만 인식의 변화는 제도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수 없었다. 2014년 우리나라에서도 앞선 해외의 사례들과 비슷한 '생활동반자법'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함께 살기로 한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에 법적 권리와 복지 혜택을 부여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여러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며 발의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결혼인턴제가 사회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송효진 연구위원은 "국가에서 동거를 제도로써 인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사람들 인식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송 위원은 "동거에 대한 차별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근거가 더욱 확실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편견에 움츠러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동거를 한다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잖아요."
김재현씨는 결혼인턴제나 동거하고 있는 연인들이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중이다. 사회적 인식부터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까지 국내 환경이 가야 할 길은 멀다. 김 씨는 "하루빨리 동거 가족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며 변화할 사회를 기다렸다.
※이 기사는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학생들이 결혼을 주제로 참여한 데이터 저널리즘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취재=정세윤 조우혁 여민주 하유진

 

 

* 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77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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