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책인지 아동복지 정책인지 확인해야” “월 100만원 교육비에 쓰면 과연 아이가 행복할까” “현금성 지원 잘 작동했다면 왜 출산율 떨어질까” “획기적 대책 있다고 안 낳겠다는 분들이 낳을지는 분석해야”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 상임위원은 29일 국민의힘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과 관련해 “최근 많은 국내 학자들이 현금성 지원 효과 평가를 많이 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게 많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인 홍 상임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8세까지 100만원을 주는 게 저출산 정책인지, 아니면 아동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저출산 대책으로 현재 만 0세부터 8세 미만 아동 양육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18세 미만까지 월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상임위원은 이 방안에 대해 “(저출산위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며 “(방안을) 보기는 했는데, 여당과 긴밀하게 논의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홍 상임위원은 출산과 연계한 현금성 지원에 대해 “우리나라도 계속 수당이 올라가고 보편적으로 확대가 되었다”면서 “만약 현금성 지원이 잘 작동 했다면 왜 출산율이 떨어질까”라고 했다. ‘너무 적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사회자 질문에는 “(금액이) 올라오긴 올라왔었다”고 했다.
이어 “유럽에 있는 나라들은 18세까지 가족수당을 주기도 하지만, 저출산 목적이 아니라 아동들의 복지를 위한 목적”이라며 “월 100만원을 줬을 때 부모가 아이 사교육비에 쓴다면 과연 아이가 행복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있다”고 했다.
재정 부담도 문제로 지적했다. 홍 상임위원은 “(1년 신생아) 20만명 이상이면 매년 몇십조원이 들 것”이라며 “지금도 280조원을 쓰고 출산율이 왜 낮아지는지 비판이 있는데, 매년 몇십조원을 더 얹는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깊게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증여세 면제, 30세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낳은 남성의 병역 면제 아이디어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상임위원은 “증여세를 면제해준다면 부유층에게 혜택이 갈 텐데 반감이 있을 것”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균형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병역 면제’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며 “아이를 셋 낳으려면 일찍 결혼해야 하는데, 차라리 군대를 가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어느 정도 인센티브라고 생각하면 달리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위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생후 24개월 미만 유아 입원 진료비를 전액 무료로 하고, 신혼부부 주택 구입 특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을 현재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에서 8500만원 이하로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자녀 공공주택 입주 기준은 2자녀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다만 눈에 띄는 파격적인 대책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상임위원은 “획기적인 대책은 저희도 고민하고 있지만, 정책은 여러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며 “획기적인 정책이 있다고 해서 과연 (아이를) 안 낳겠다는 분들이 낳을지는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론되는 ‘획기적 대책’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없는 정책 대안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홍 상임위원은 “현재 저출산 사업, 예산을 재검토해 재구조화를 하려고 한다. 올해 안에 끝낼 생각”이라며 “지금 발표된 대책은 가장 핵심적 방안에 대한 것들이고, 추가적으로 발굴하는 과제를 모아서 순차적으로 내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